거미줄 외 1편 박재화 밤 산책로 얼마쯤 어둠에 잠겼다가 저쪽 아파트 불빛 따라 트이기도 합니다 날마다 찾지만 같은 듯 다른 공기 숲냄새 살아 있어 좋습니다 다만 얼굴 스치고 떨어지는 거미줄에 가슴 싸아합니다 그의 무척이나 힘들었을 노역을 이리 쉬 허물다니···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그러면서 한편 의아합니다 여기 무슨 날것들 있다고 거미줄 치나? 아파트 들어서면 사람들 몰려오면 얼른 물러나야 하지 않나? 사람 무서운 줄 모르다니 참 바보 같습니다 어구나 그처럼 하릴없는 기다림이라니! 이젠 기다리지만 말고 여섯뿔가시거미처럼 먹이 찾아 나서라 권하고픈 밤입니다 꽤 오래 무시무시한 소리에 먼지 대단하더니 숲이 사라졌습니다 때없이 사람들 나타나고 밤도 예같지 않습니다 조금 남은 나무들 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