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무녀도 갈매기/ 이서란

검지 정숙자 2024. 7. 19. 02:30

 

    무녀도 갈매기

 

     이서란

 

 

  더 끄슬릴 것도 없는 얼굴을

  햇빛 가리개로 가린

  동티모르의 사나이

 

  길을 묻는 말에 애써 피하며

  그쎈미소*로 땀방울을 흘리면서

  찢어진 어망을 깁고 있다

 

  옆에서는 집게다리를 높게 들며

  괴발개발 그물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달랑게가 재바르다

 

  바다가 겨우 뭉쳐놓은 모래성 위에

  노을 한 조각

  물고 날아오는 갈매기

 

  살림살이는 나아지기는커녕

  하얗게 질린 파도 발자국만

  덩그러니 통장에 찍혀 있다

 

  밀려오는 그리움

  휴대전화에 내장된 두 살배기 아들

  얼굴 위로 주르륵 쏟아진다

      -전문(p. 44-45)

 

  * 그쎈미소: 눈은 웃지 않고 입으로만 웃는 모습, 가짜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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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바다의 메일』<회원테마시 >에서/ 2024. 6. 5.<미네르바>펴냄  

* 이서란/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별숲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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