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도 갈매기
이서란
더 끄슬릴 것도 없는 얼굴을
햇빛 가리개로 가린
동티모르의 사나이
길을 묻는 말에 애써 피하며
그쎈미소*로 땀방울을 흘리면서
찢어진 어망을 깁고 있다
옆에서는 집게다리를 높게 들며
괴발개발 그물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달랑게가 재바르다
바다가 겨우 뭉쳐놓은 모래성 위에
노을 한 조각
물고 날아오는 갈매기
살림살이는 나아지기는커녕
하얗게 질린 파도 발자국만
덩그러니 통장에 찍혀 있다
밀려오는 그리움
휴대전화에 내장된 두 살배기 아들
얼굴 위로 주르륵 쏟아진다
-전문(p. 44-45)
* 그쎈미소: 눈은 웃지 않고 입으로만 웃는 모습, 가짜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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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4집『바다의 메일』<회원테마시 >에서/ 2024. 6. 5.<미네르바>펴냄
* 이서란/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별숲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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