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숲 외 1편 김백겸 몽상 소년은 가죽나무와 오동나무가 있는 울타리에서 평상에 누워 구름을 보며 낮잠이 들던 어린 시절에도 시 나무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바람에 날리는 이파리들이 푸른 침묵을 뒤집어 보여주는 흰 배때기들이 웅얼거리는 아기의 입술 같다는 생각을 했을 뿐 몽상 소년은 같은 울타리를 사용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정을 메운 플라타너스를 아침노을과 저녁노을 사이로 매일 창밖으로 쳐다보았다 청소년기의 짙은 우울과 몽상은 이파리를 따라 피고 졌으나 시 나무가 플라타너스의 모습으로 안개 속에서 희미한 검은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음을 그때도 몰랐다 몽상 청년의 심장으로 피가 몰리기 시작하고 가슴에 웅덩이로 패인 검은 상처가 시간을 빨아들였으며 현실로 향한 마라톤 경주의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