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7 3

새 2/ 최금녀

새 2     최금녀    새를 모았다  새의 어깨에  감정이 돋아날 때까지 닦아준다   감정이 살아난 새들은 이따금씩  눈을 감은 물고기 몇 마리  맹고나무 숲 노을 한 묶음  양말을 신은 바오바브나무 발가락 몇 개도 물고 온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새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아픈 과거나 고향을 열어보지 않는다   세어보지 않아도  기억하지 않아도  새들의 이름은 새이다   지친 어깨를   굳어버린 슬픔을  부드러운 헝겊으로 닦아준다   이름을 불러준다.    -전문(p. 132)   --------------- *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펴냄 * 최금녀/ 1998년『문예운동』으로 등단,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외 6권, 활판시선집『한 줄, 혹은 두 줄』 외1권

내 안에 외 1편/ 임솔내

내 안에 외 1편     임솔내    내 안에 사람을 들인다는 거  내 안에 그대라는 강물이 흐른다는 거  날마다 흐벅진 산山이 내 안에  자라고 있다는 거  '잘 살자' '잘 살자' 자꾸만  말 걸어 온다는 거  흥건하고  아늑하고  아득하다는 거   산다는 건 견디기도 해야 하는 거  그대의 찬 손 내 안에 쥐면  떨어뜨릴 수도 없는 눈물이  고인다는 거  꺼내 보이기도 벅찬 내 마음  정갈한 삶 위에  곱다시 얹어본다는 거   저 아련한 거처  내가 할 수 있는 위로가 없어  잊을 수도 놓을 수도 없어  나도 그럴 거라는 거   허나,  그대라는 편질 읽으면  왜 이리 울어지는가  -전문(p. 시 32-33, QR코드 & 사진)      -------------------    파란 나비    "하..

하이바이, 19(+해설)/ 임솔내

하이바이, 19      임솔내    섬처럼 사느라  엄마를 내다버린 곳에 가지 못했다  허연 칠순의 아들이 구순의 어미를  음압 병동으로 옮기는 걸  멀리서 바라만 보는 모습 TV에 뜬다   꿈처럼 자꾸 도망가라 멀어져라  혼밥으로도 이미 아득해졌을 걸  헤지고 굽어진 길 어귀에서  서로 기다릴 텐데   눈에서조차 멀어지면  어쩌자고  꽃은 자꾸 떠서 지고 있는데   이제 가야지  엄마 버린 곳     -전문-   해설> 한 문장: 화자는 어머니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자기가 "엄마를 내다버린" 것으로 스스로 간주하고 그 책임을 자신에게 묻고 있다. 즉 화자는 어머니로부터 "도망가라 멀어져라" 떨어져 나온 것을 어머니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어머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