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2 최금녀 새를 모았다 새의 어깨에 감정이 돋아날 때까지 닦아준다 감정이 살아난 새들은 이따금씩 눈을 감은 물고기 몇 마리 맹고나무 숲 노을 한 묶음 양말을 신은 바오바브나무 발가락 몇 개도 물고 온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새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아픈 과거나 고향을 열어보지 않는다 세어보지 않아도 기억하지 않아도 새들의 이름은 새이다 지친 어깨를 굳어버린 슬픔을 부드러운 헝겊으로 닦아준다 이름을 불러준다. -전문(p. 132) --------------- * 시터 동인 제6집 『시 터』 2021. 10. 22. 펴냄 * 최금녀/ 1998년『문예운동』으로 등단, 시집『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외 6권, 활판시선집『한 줄, 혹은 두 줄』 외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