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108배/ 김산

검지 정숙자 2019. 10. 9. 16:34

 

 

    108배

 

     김산

 

 

  두 무릎과 두 팔을 땅에 대고 머리를 숙여 바닥에 있는 나에게 말하노니,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왕십리역 지하도에서 무릎을 꿇고 하모니카를 부는 아라한에게 종이쪼가리 한 장을 던져준 것이 내 마음이었더냐. 고독사로 보름 만에 발견된 시인의 장례도 찾아가지 않고 노란 잎이 다 떨어진 해바라기에 물이나 주는 내 마음의 정체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 빛을 그늘이라 부르고 걷는 것을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은 정녕 나에게서 나온 것이더냐. 시간과 시각과 시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이와 간격과 간극도 모르며 세상의 경계를 짓고 짐짓 팔짱을 끼고 있는 나는 내가 참으로 궁금하구나. 궁금하면 질문을 하는 게 이치지만 나는 왜 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세상에게 공염불을 하는 것이더냐. 죽비로 내 등을 후려치는 새벽, 지금도 꽃나무의 작은 뿌리는 만 개의 손바닥으로 땅속을 더듬거리고 그 옆을 지나가는 지렁이 한 마리. 몸뿐인 몸으로 호미도 없이 밭을 일구는 저 오체투지 앞에서 나는 가만히 나의 바닥에 이마를 대보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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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2019-가을호 <신작시>에서

  * 김산/ 충남 논산 출생, 2007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키키』『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