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 - 폐역
채선
우리는 어디서 흘러든 슬픔들인가,
빛줄기와 어둠의 교란 속에서
유목의 낙타가 태어나고
그 낙타가 다른 낙타를 낳고 또 낳는
모래바람 속
사라진 도시의 유적지에서 내 슬픔을 만난다.
천 년 전보다 더 오래 울고 있는 사람들
제국에서 생겨나 밤의 국경을 떠도는
낡은 지도처럼
어딘가로 떠나기만을 반복한다.
저들은 더 이상 집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개들에게는
목줄이 필요 없게 되었다
멀리서 빛과 어둠이 포개진다.
일식의 시차를 밀어내며
가방을 끌고 들어서는 낯선 여자와 모르는 얼굴들.
더 낯선 사람들은 모래절벽 아래를 지나며
발을 묻고 또 묻고
우리는 단지
둥그스름하게 휜 낙타의 등을 닮았을 뿐,
풍선을 매단 아이들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역사
낙타는 보이지 않는다.
--------------
*『딩아돌하』2019-가을호 <신작시>에서
* 채선/ 서울 출생, 2003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삐라』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8배/ 김산 (0) | 2019.10.09 |
---|---|
까치발/ 윤석산 (0) | 2019.10.09 |
장롱/ 이종수 (0) | 2019.10.09 |
우는 인형을 찾습니다/ 이덕규 (0) | 2019.10.09 |
물 넣어주러 가는 길/ 장만호 (0) | 2019.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