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우는 인형을 찾습니다/ 이덕규

검지 정숙자 2019. 10. 9. 02:44

 

 

    우는 인형을 찾습니다

 

     이덕규

 

 

  행사 끝난 저녁 공원 입구에서

  아이 하나가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한쪽 손엔 인형의 손을 잡고 있었고

  한쪽 손엔 솜사탕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누가 먼저 손을 놓았는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의자 밑을 살피고

  화장실을 기웃거리던 아이가

  자꾸 제 품속을 들여다보며 울었다고 한다

  몸속에 눈물이 그득해서 가슴을 누르면 눈물이 주르르 쏟아지는 인형이었다고 한다

  언제나 울고 싶을 때 우는

  인형의 눈물 따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늦은 밤까지 솜사탕은

  우는 아이 손에서 서럽게 다 녹아내렸고

  고개 숙인 가로등이 제 발등을 내려다보며 숨죽여 울었다고 한다

  어둔 하늘을 향해 찌를 듯 뻗어간 나뭇가지에서

  마른 열매들이 목을 매단 채 밤새 흔들리는 가을밤이었다고 한다

  새벽녘 울다 잠든 아이의 한쪽 손에

  아직 인형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눈물이 다 빠져나가서 몸이 헝겊뭉치처럼 가벼운 아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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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2019-가을호 <신작시>에서

   * 이덕규/ 경기 화성 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놈이었습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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