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넣어주러 가는 길
장만호
해발 일천 오백미터,
덕유산 산록에
붕 떠 있는 사다리 논
구름이
한 떼의 가축들을 풀어놓는 하늘을 향해
늙은 농부 하나
물꼬 보러 올라가신다
밟아도 밟아도 끝이 없는,
허공 사다릴 밟으며
길고 좁은 그 허기에 물 넣어주러 가는 길
배고픔에 보채는 아이들에게
한 술씩 덜어주던 가장의 하얀 새벽
고봉 같은 공복 속으로 들이붓던
한 사발 냉수처럼
저녁의 붉은 못물을 따라 들어가는
몇 마리의 염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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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아돌하』2019-가을호 <신작소시집> 에서
* 장만호/ 전북 무주 출생, 2001년 《세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무서운 속도』, 저서『한국시와 시인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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