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문안하게 문안하게/ 박순원

검지 정숙자 2019. 10. 6. 03:25

 

 

    문안하게 문안하게

 

    박순원

 

 

  페이스북에서 한 친구가 나한테 일해라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라 나는 문안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장난인지 뭐가 꼬이고 꼬여 완곡하게 에두른 것인지 나는 요즘 그 친구의 이런저런 사정을 혼자 짐작해보면서 왜 갑자기 문안하고 싶었는지 어떻게 얼마나 문안하고 싶은지 문안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문안하면 뭐가 좋은지 우리는 그 친구는 과연 문안할 수 있는지 죽을 때 나는 문안하게 살았다고 말하려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난장판에서 혼자 문안해도 되는지 불안에 떨지 않고 먹을 게 있고 살 집이 있고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오십견 고혈압쯤이야 남들처럼 차도 있고 꼬박꼬박 세금처럼 보혐료처럼 조의금 축의금 좋은 일 나쁜 일 어깨를 툭툭 쳐주고 같이 환하게 웃으며 나란히 사진도 찍어주고 문안하게 문안하게 외롭게 고독하게 아무한테나 일해라 절해라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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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19-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박순원/ 2005년『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아무나 사랑하지 않겠다』『에르고스테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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