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관찰자/ 도복희

검지 정숙자 2019. 10. 5. 00:25

 

    관찰자

 

    도복희

 

 

  오후의 개들이 낮잠에 빠져있는 동안

  꽃밭을 쏘다녔다

 

  개복숭아 다닥다닥 익어가는 모퉁이를 돌아

  장미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웃음이 가뭄처럼 말랐다

 

  무표정한 얼굴은 잡목 숲 그늘처럼 어두워졌다

 

  낱장의 시간을 무채색으로 덧칠할 때마다

  연인은 서늘해졌다

 

  각자의 환각에서 시작되었으니

  외투를 벗는 순간

  짐승 뿔만 남았다

 

  환상이 있어서 다행이야

  이렇게 받아들인 자만 시간을 견뎌냈다

 

  그리움의 오른쪽에서

  풍화작용은 초 단위로 이루어졌다

 

  감정이 둥글어진 자들이

  의자에 앉아서 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다층』 2019-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도복희/ 201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그녀의 사막』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안하게 문안하게/ 박순원  (0) 2019.10.06
칼의 상점/ 이도훈  (0) 2019.10.05
이슬 프로젝트-46/ 정숙자  (0) 2019.10.05
지질 시간/ 김백겸  (0) 2019.10.02
골방 엽서/ 권성훈  (0) 20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