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
도복희
오후의 개들이 낮잠에 빠져있는 동안
꽃밭을 쏘다녔다
개복숭아 다닥다닥 익어가는 모퉁이를 돌아
장미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웃음이 가뭄처럼 말랐다
무표정한 얼굴은 잡목 숲 그늘처럼 어두워졌다
낱장의 시간을 무채색으로 덧칠할 때마다
연인은 서늘해졌다
각자의 환각에서 시작되었으니
외투를 벗는 순간
짐승 뿔만 남았다
환상이 있어서 다행이야
이렇게 받아들인 자만 시간을 견뎌냈다
그리움의 오른쪽에서
풍화작용은 초 단위로 이루어졌다
감정이 둥글어진 자들이
의자에 앉아서 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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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 2019-가을호 <다층시단>에서
* 도복희/ 2011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그녀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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