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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 성리학/ 원용우(시조시인)

검지 정숙자 2024. 9. 21. 16:52

 

    시조와 성리학

 

     원용우/ 시조시인 ·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시조 장르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시조가 언제 발생했느냐 하는 시기 문제와 어디에서 왔느냐 하는 연원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향가(신라, BC 57년~992년) 의 영향을 받아 고려(AD 918년~1392년) 중엽에 발생하여 고려 말 완성되었다고 하는 학설이 지배적이고, 우리의 국문학사나 학교의 교과서에 정설처럼 굳혀져 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시조는 성리학에서 왔고 시조 형식은 3장 6구 12소절(음보)은 성리학 원리를 적용해서 만든 것이라 주장했다.

 

  그렇다면 성리학이란 무엇인가? 성리학은 우주의 근본 원리와 자연의 순환 원리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전지인天地人 삼재설三才設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 핵심이고 그 외 자연 순환의 원리를 들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우주창시론宇宙創始論에서 보면 무극舞劇에서 일기一氣가 생기고, 일기一氣에서 음과 양 양의兩儀가 나누어진 것이라 본다. 이러한 원리에 의하여 하늘이 먼저 생기고 이어서 땅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사람이 생겼다고 본다. 이 경우 하늘은 양, 땅은 음, 사람은 중이라 보고, 이 세 가지를 합쳐서 천지인 삼재설이라 부른다. 시조의 3장 형식은 이 천지인 삼재설을 응용해서 만든 것이다.

 

  다음 6구란 어떤 원리로 되었는가. 앞에서 하늘은 양, 땅은 음이라 했는데, 하늘과 땅 사이의 생물이면 어떤 것이든 이 음양에서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주자朱子가 태극도太極圖에서 말하기를 "태극太極이 동하여 양을 생하고 정하여 음을 생하니 이와 같이 음양으로 나뉜 것을 양의兩儀라고 한다. 음이 변하고 양이 합하여 사상四象이 되고, 오기五氣가 동하여 팔괘八卦가 된다."(조성우: 역학원리와 명리강의)고 하였다. 이처럼 천지인 삼재가 각각 음양으로 나뉘어 육효六爻(6구)가 된다. 

 

  그 효의 순서와 지위는 다음과 같다. 효는 초효初爻에서부터 이효二爻, 삼효三爻, 사효四爻, 오효五爻, 상효上爻의 순서로 위로 올라갈수록 어떤 사상이나 상태의 발전 과정이나 상승상태를 상징한다고 했다. 이에 비하여 시조의 형식도 제1구에서 2구, 3구, 4구, 5구, 6구의 순서로 이루어졌고, 위로 올라갈수록 그 시상이나 리듬이 발전하거나 상승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런 의미에서 시조의 6구는 주역의 육효六爻의 의미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다음 12소절(음보)은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는가. 천지인 삼재가 음양으로 분화되어 육효六爻가 되었듯이, 그 육효가 음양으로 분화되어 12개월이 되었다. 1년 12개월은 음의 달, 양의 달로 구분된다. 1, 3, 5, 7, 9, 11월은 음의 달이다. 그 12개월을 본떠서 만든 것이 시조의 12소절(음보)이 된 것이다. (p. 03) 

 

  * 블로그 註: 신라와 고려에 관한 연두색 괄호 부분은 블로그에서 덧붙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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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문학광장』 2024-2월(2)호 <문향만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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