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 제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석류石榴
이가림((1943~2015, 72세)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 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 주소서
-전문(p.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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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이가림/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빙하기』『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순간의 거울』『내 마음의 협궤열자』등, 에세이집『사랑의 다른 이름』, 역서『촛불의 미학』『불과 꿈』『꿈꿀 권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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