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해변(海邊)가의 무덤/ 김광균

검지 정숙자 2023. 8. 9. 02:19

 

    <1990, 제2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海邊가의 무덤

 

    김광균(1914-1993, 79세)

 

 

  꽃 하나 풀 하나 없는 荒凉한 모래밭에

  墓木도 없는 무덤 하나

  바람에 불리우고 있다.

  가난한 漁夫의 무덤 너머

  파도는 아득한 곳에서 몰려와

  허무한 자태로 바위에 부서진다.

 

  언젠가는 초라한 木船을 타고

  바다 멀리 저어가던 어부의 모습을

  바다는 때때로 생각나기에

  저렇게 서러운 소리를 내고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것일까.

 

  오랜 세월에 절반은 무너진 채

  어부의 무덤은 雜草가 우거지고

  솔밭에서 떠오르는 갈매기 두어 마리

  그 위를 날고 있다.

 

  갈매기는 생전에 바다를 달리던

  어부의 所望을 대신하여

  무덤가를 맴돌며 우짖고 있나 보다.

 

  누구의 무덤인지 아무도 모르나

  오랜 조상 때부터 이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태어나

  끝내는 한 줌 흙이 되어 여기 누워 있다.

 

  내 어느날 지나가던 빌길을 멈추고

  이 黃土 무덤 위에 한 잔 술을 뿌리니

  해가 저물고 바다가 어두워 오면

 

  밀려 오고 또 떠나가는 파도를 따라

  어부의 소망일랑

  먼   바다 깊이 잠들게 하라.

     - 전문(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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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김광균/ 김기림에 의해 도입되고 이론화된 모더니즘 시론을 주조로 하여 1930년대 후반 모더니즘 시운동의 정착에 이바지했다, 1926년⟪중외일보⟫에 「가는 누님」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옴, 『시인부락』&『자오선』 동인, 초기에 쓴 시 27편을 모아 시집 『와사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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