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서한체(書翰體)/ 박두진

검지 정숙자 2023. 8. 8. 03:08

  <1989, 제1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書翰體

 

    박두진(1916-1998, 82세)

 

 

  노래해다오.

  다시는 부르지 않을 노래로 노래해다오.

  단 한번만 부르고 싶은 노래로 노래해다오.

  저 밤하늘 높디높은 별들보다 더 아득하게

  햇덩어리 펄펄 끓는 햇덩어리보다 더 뜨겁게,

  일어서고 주저앉고 뒤집히고 기어오르고

  밀고 가고 밀고 오는 바다 파도보다도

  더 설레게 노래해다오.

  노래해다오.

  꽃잎보다 바람결보다 빛살보다 더 가볍게,

  이슬방울 눈물방울 수정알보다 더 맑디맑게 노래해다오.

  너와 나의 넋과 넋.

  살과 살의 하나됨보다 더 울렁거리게,

  그렇게보다 더 황홀하게 노래해다오

  환희 절정 오싹하게 노래해다오.

  영원 영원의 모두,

  끝과 시작의 모두,

  절정 거기 절정의 절정을 노래해다오.

  바닥의 바닥 심연의 심연을 노래해다오.

     -전문 (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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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 옥천문화원 · 지용회> 펴냄. (비매품)

  * 박두진/ 1939~40년 『문장』(정지용 추천)을 통해 등단, 1946년 박목월 조지훈과 『청록집』을 냄,  이후 「바다로」「햇볕살 따실 때」 등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