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 제1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書翰體
박두진(1916-1998, 82세)
노래해다오.
다시는 부르지 않을 노래로 노래해다오.
단 한번만 부르고 싶은 노래로 노래해다오.
저 밤하늘 높디높은 별들보다 더 아득하게
햇덩어리 펄펄 끓는 햇덩어리보다 더 뜨겁게,
일어서고 주저앉고 뒤집히고 기어오르고
밀고 가고 밀고 오는 바다 파도보다도
더 설레게 노래해다오.
노래해다오.
꽃잎보다 바람결보다 빛살보다 더 가볍게,
이슬방울 눈물방울 수정알보다 더 맑디맑게 노래해다오.
너와 나의 넋과 넋.
살과 살의 하나됨보다 더 울렁거리게,
그렇게보다 더 황홀하게 노래해다오
환희 절정 오싹하게 노래해다오.
영원 영원의 모두,
끝과 시작의 모두,
절정 거기 절정의 절정을 노래해다오.
바닥의 바닥 심연의 심연을 노래해다오.
-전문 (p. 78-79)
----------------------------------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 옥천문화원 · 지용회> 펴냄. (비매품)
* 박두진/ 1939~40년 『문장』(정지용 추천)을 통해 등단, 1946년 박목월 조지훈과 『청록집』을 냄, 이후 「바다로」「햇볕살 따실 때」 등 발표
'사화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연가(戀歌)/ 박정만 (0) | 2023.08.11 |
---|---|
해변(海邊)가의 무덤/ 김광균 (0) | 2023.08.09 |
난고 김삿갓/ 김선우 (0) | 2023.08.08 |
누님의 꽃잔치/ 서철수 (0) | 2023.08.08 |
히말라야의 독수리들/ 최동호 (0) | 2023.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