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작은 연가(戀歌)/ 박정만

검지 정숙자 2023. 8. 11. 00:17

 <1991, 제3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작은 연가戀歌

 

    박정만(1946-1988, 42세)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전문(p. 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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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박정만/ 전북 정읍 출생, 1968년⟪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겨울 속의 봄 이이야기」 당선되어 등단. <신춘시> 동인에 가입, 1972년 문공부 문예작품 공모에 시 「등불설화」, 동화「봄을 심는 아이들」이 당선됨, 시집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무지개가 되기까지는』『서러운 땅 』『저 쓰라린 세월』『혼자 있는 봄날』『어느덧 서쪽』『박정만 시화집』, 동화집『크고도 작은 새』등, 유고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이 나왔고, 1990년 『박정만 시전집』 간행. 1991년 제3회 정지용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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