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히말라야의 독수리들/ 최동호

검지 정숙자 2023. 8. 7. 02:24

<2022, 제34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 자선 대표시> 中

 

    히말라야의 독수리들

 

     최동호

 

 

  설산에 사는 히말라야 독수리들은

  먹이를 찢는 부리가 약해지면

  설산의 높은 절벽에 머리를 부딪쳐

 

  낡은 부리를 부숴버리고

  다시 하늘로 솟구쳐 날아오르는

  생명의 힘을 얻는다.

 

  백지의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지 못하는

  지상의 언어가

  펜촉 끝 절벽에 걸렸을 때

 

  낡은 부리를 떨쳐버리고

  설산의 절벽을 타고 날아오르는 히말라야 독수리

  부셔진 두개골이 눈앞에 떠오른다.

    - 시집 『수원 남문 언덕』(2014), 전문 

 

    * 심사위원:  문효치  오세영  이숭원  오형엽

    * 수상작: 「어머니 범종 소리」/ (이미,  이 블로그에 수록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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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 옥천문화원 · 지용회> 펴냄. (비매품)

  * 최동호/ 1948년 경기 수원 출생, 1976년 「황사바람」으로 시 부문 & 1979년 《중앙일보》로 평론 부문 등단, 시집『황사바람』『아침책상』『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공놀이 하는 달마』『불꽃 비단벌레』『얼음 얼굴』『수원 남문 언덕』『제왕나비』『황금 가랑잎』, 시선집『수원 남문 언덕의 노래』, 한국대표시 100인선『병속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