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고독감별사/ 김익경

검지 정숙자 2023. 1. 29. 01:37

 

    고독감별사

 

    김익경

 

 

  문밖은 위험해

 

  집을 나서지 않는 사람 그래서 집을 이고 있는 사람 손안에 담을 수 없는 그림자만 가진 그래서

 

  숨어 있어도 보이는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 핸드메이드 커피처럼 혼자를 만드는 사람 층간소음 같은 러브콜과 입씨름 중인 세입자 집을 나서지 않는 사람 1인칭 시점의 거울과 대화하는

 

  입, 자꾸 도톰해지는 헬리콥터

 

  주위를 물리치는 사람 주변이 없는 사람 어떤 출사표도 던지지 않는 폭풍 같은

 

  달걀 껍데기를 벗기고 있는 소금이 없는 사람 돌아가지 않았으므로 돌아오지 않을

 

  내 몫의 사물함을 비우는 채우지 않았으므로 채워지거나 버림받을 일이 없는

 

  익숙한 버림, 씨앗 없는 물

 

  개껌 같은

 

  클라이맥스가 없는 할리우드

     -전문(p. 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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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시 포럼 제15집『마이클잭슨의 거미』에서/ 2022. 11. 10. <파란> 펴냄

   * 김익경/ 2011년『동리목월』로 등단, 시집 『모음의 절반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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