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구별법
권기만
바로 옆에 있어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졸음 삼매경에 빠져든 몸을 눈에 다 담아낸다
손으로 툭툭 건드는 걸로 얼을 빼는 권법을 구사한다
고고한데 귀엽다
무릎에 올라와도 눈빛은 대기권에 두고 있다
싫어하는 건 절대로 안 한다
한사코 따뜻함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로만 화해한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특히 상자를 좋아한다
높은 데서 세상 초월한 듯 내려다보길 좋아한다
가볍게 어깨를 짚듯 책상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쓰다듬어 주면 발라당 눕는다
기분이 좋을 때 포털 11호 엔진 소리처럼 가르릉거린다
라니아케아 우주선을 타고 와서 손은 착지하듯 내민다
-전문(p.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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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시포럼 제19집『마이클잭슨의 거미』에서/ 2022.11.10. <파란> 펴냄
* 권기만/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발 달린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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