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외계인 구별법/ 권기만

검지 정숙자 2023. 1. 27. 01:12

 

    외계인 구별법

 

    권기만 

 

 

  바로 옆에 있어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졸음 삼매경에 빠져든 몸을 눈에 다 담아낸다

 

  손으로 툭툭 건드는 걸로 얼을 빼는 권법을 구사한다

 

  고고한데 귀엽다

 

  무릎에 올라와도 눈빛은 대기권에 두고 있다

 

  싫어하는 건 절대로 안 한다

 

  한사코 따뜻함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로만 화해한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특히 상자를 좋아한다

 

  높은 데서 세상 초월한 듯 내려다보길 좋아한다

 

  가볍게 어깨를 짚듯 책상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쓰다듬어 주면 발라당 눕는다 

 

  기분이 좋을 때 포털 11호 엔진 소리처럼 가르릉거린다

 

  라니아케아 우주선을 타고 와서 손은 착지하듯 내민다

     -전문(p.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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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시포럼 제19집『마이클잭슨의 거미』에서/ 2022.11.10. <파란> 펴냄

  * 권기만/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시집 『발 달린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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