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버린 놈, 잔아 그놈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포악해지다가 급기야는 애비의 멱살을 잡기에 이르렀다 불효막심한 그놈을 원망할 수 없는 까닭은 애비가 그놈의 껍질을 벗기고 팔다리를 꺾어버리고 탄소를 무진장 배출하여 숨통을 틀어막았는지라 그놈은 견디다 못해 무하유無何有 세계로 돌아갈 채비를 갖추고 애비에게 이별을 고했는지라 애비를 아예 포기할 작정이라고, 애비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자기가 선택한 항목에 불과하다고, 그러니 자기를 애비의 보호자로 착각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애비는 그놈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슬피 울었다 그놈은 우는 시늉마저 거부한 채 온도계를 섭씨 영하 50도와 영상 51도로 틀어놓고 휘엉휘엉 떠나버렸다 지독한 놈이었다. -전문- ▶ 5편의 시로 쓴 귀향일기(발췌)_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