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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벽 사이/ 양문희

벽과 벽 사이       울란바토르 샹그릴라호텔      양문희    열려 있던 창이 닫히는 것을 본다   급히 날아든 새와 빠져나갈 새를 위해 맛있는 것들이 많다  오렌지 맛 사탕 쌓여 가고 내 강아지 있고 초코파이가 있고 오징어 땅콩이 있고  창밖으로 삐져나온 맛집 카탈로그가 있다   눈뜬 강아지, 닫힌 창을 향해 짖는다   빠져나간 빈방엔 새의 깃털이 쌓이고  두고 간 행선지 팸플릿에 그려진 붉은색 동그라미, 몽골 초원에서 밤하늘 삼태성 찾기다 고비사막에서 낙타 타고 울란바토르 가기다   오래전 그와 가방을 샀다 시옷으로 시작하는 가방의 메이커가 조금 낯설긴 했지만 레드카펫이 깔린 곳을 따라 구르기엔 충분한 바퀴였으니까 객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고장 나기 쉬운 것도 바퀴였으니   그렇게 복도..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조명제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조명제/ 문학평론가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법관들이 에로티즘 문학과 문화사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에로티즘 문화와 예술이 근엄한 시대의 양반, 귀족에 의해 행해지고, 저술되고, 그려지고, 향수되었다는 사실(존재감이 없고 문맹이었던 서민층은 무얼 써서 남길 수도 없었다), 청소년용이 아니라 원본류 『춘향전』과 『변강쇠전』이나, 현대의 작가 최인욱의 『벌레 먹은 장미』 류만 제대로 읽어, 변화하는 사회현상과 그 흐름을 이해했더라도, 21세기를 눈앞에 둔 시점에 소설 『즐거운 사라』와 저자 마광수를 몹쓸 음란물, 외설스러운 죄인으로 낙인찍어, 파멸로 몰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p. 48)   ..

한 줄 노트 202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