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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벽 사이/ 양문희

벽과 벽 사이       울란바토르 샹그릴라호텔      양문희    열려 있던 창이 닫히는 것을 본다   급히 날아든 새와 빠져나갈 새를 위해 맛있는 것들이 많다  오렌지 맛 사탕 쌓여 가고 내 강아지 있고 초코파이가 있고 오징어 땅콩이 있고  창밖으로 삐져나온 맛집 카탈로그가 있다   눈뜬 강아지, 닫힌 창을 향해 짖는다   빠져나간 빈방엔 새의 깃털이 쌓이고  두고 간 행선지 팸플릿에 그려진 붉은색 동그라미, 몽골 초원에서 밤하늘 삼태성 찾기다 고비사막에서 낙타 타고 울란바토르 가기다   오래전 그와 가방을 샀다 시옷으로 시작하는 가방의 메이커가 조금 낯설긴 했지만 레드카펫이 깔린 곳을 따라 구르기엔 충분한 바퀴였으니까 객실로 가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고장 나기 쉬운 것도 바퀴였으니   그렇게 복도..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조명제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조명제/ 문학평론가      마광수(서울. 1951-2017, 66세)는 유고 소설집이 되어 버린 『추억마저 지유랴』(어문학사, 2017)를 출판사에 넘기고,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에 본디의 제목을 바꾸어 '추억마저 지우랴'로 해 달라고 출판사에 연락한 것으로 전한다. 28편의 유고소설은 작품들이 대체로 짧은 편이지만, 자전自傳과 허구의 경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송희복, 「가버린 작가 남은 유고집」), 『마광수 시대를 성찰하다』(2019, 45쪽). 이 단편소설집 중의 「마광수 교수, 지옥으로 가다」는 마광수 자신의 가상적인 사후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p. 37)    에로티즘 문화와 문학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법관들이 에로티..

한 줄 노트 202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