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종시계 백무산 키 큰 괘종시계 하나 길게 추를 빼물고 낡은 사무실 벽에 말뚝처럼 걸려 있다 이곳에서 다방을 열었던 옛 주인이 두고 간 거라는데 이제 그 누구도 쳐다볼 일 없는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완행버스 시간표처럼 곰팡이 얼룩진 벽을 한사코 붙들고 있다 석탄난로와 함께 뜨거웠을 저 시계 금성라디오나 진공관 전축과 함께 돌았을 시계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지만 한때는 미인의 얼굴처럼 숨 멎는 시선을 끌었던 때가 있었다 다방은 읍내에서 처음 네온사인을 밝혔을 것이다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누구나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달이 차고 기울고 꽃이 피고 지는 걸 보고 닭이 울고 해가 걸리던 쪽을 보고 때를 가늠하던 사람들 시계는 사람들을 더 먼 곳으로 데리고 갔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