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부엉이가 운다 외 1편/ 황길엽

검지 정숙자 2024. 9. 7. 02:27

 

  부엉이가 운다 외 1편

 

   황길엽

 

 

왁자지껄 소란했던 웃음소리 어디에 머물렀는지

시골집 마루에 앉으니 부엉이가 운다

흐르는 시간은 조그도 굴하지 않고

구부러진 나뭇가지처럼 산 그림자 휘어져 내려온다

  

조금씩 쌓여가는 땅거미가 내려앉아

나는 마당 가득 드러누운 그림자 지우고

밤을 기다린다

 

길고양이 한 마리 현관 앞에 앉아

저녁밥을 기다리는 손님 같다

나에게 남아있는 빵 두 조각

한참을 망설이다 내 입을 닫아버리고

고양이에게 정중히 대접하고 하늘을 본다

 

참 예쁜 밤이지만

바람만 배회하는 쓸쓸한 시간

나도 부엉이처럼 울고 있어

시골풍경이 더욱 시린 밤이다

 

아카시아 향이 마당 가득 들어와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는 엄마의 사랑

당신 없는 빈집, 얼룩진 벽에 걸린

흑백사진 속 내 유년을 웃고 있다

   -전문(p.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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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부재중입니다

 

 

살아갈수록 밀린 숙제 같은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무게

 

슬프다고 말하지 말기

가끔은 힘들다고 말하고

오래전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살아왔다는 것

살고 있다는 것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인생길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

 

얼마나 나는 더 갈 수 있을까

몇 갈래로 흩어진 길 위에서

방황하고 비틀거리며

매일 반복되는 길을 걷지만

 

이별에 익숙한 나를 향해

하늘은 거꾸로 매달려서 흐르고

그에게 매달려가는 구름

점점 아득해지는 거리

   -전문(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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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가끔 부재중입니다』에서/ 2024. 8. 3. <시작> 펴냄

* 황길엽/ 1991년 『한국시』 로 등단, 시집『도회에서 띄우는 편지』『길은 멀지만 닿을 곳이 있다『가고 없는 사람아』『비문을 읽다』, 『아주 먼, 혹은 까마득한』『무심한 바람이 붉다』  부산작가회의 · 부산시인협회 ·  화전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