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가 운다 외 1편
황길엽
왁자지껄 소란했던 웃음소리 어디에 머물렀는지
시골집 마루에 앉으니 부엉이가 운다
흐르는 시간은 조그도 굴하지 않고
구부러진 나뭇가지처럼 산 그림자 휘어져 내려온다
조금씩 쌓여가는 땅거미가 내려앉아
나는 마당 가득 드러누운 그림자 지우고
밤을 기다린다
길고양이 한 마리 현관 앞에 앉아
저녁밥을 기다리는 손님 같다
나에게 남아있는 빵 두 조각
한참을 망설이다 내 입을 닫아버리고
고양이에게 정중히 대접하고 하늘을 본다
참 예쁜 밤이지만
바람만 배회하는 쓸쓸한 시간
나도 부엉이처럼 울고 있어
시골풍경이 더욱 시린 밤이다
아카시아 향이 마당 가득 들어와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는 엄마의 사랑
당신 없는 빈집, 얼룩진 벽에 걸린
흑백사진 속 내 유년을 웃고 있다
-전문(p.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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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부재중입니다
살아갈수록 밀린 숙제 같은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무게
슬프다고 말하지 말기
가끔은 힘들다고 말하고
오래전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살아왔다는 것
살고 있다는 것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인생길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
얼마나 나는 더 갈 수 있을까
몇 갈래로 흩어진 길 위에서
방황하고 비틀거리며
매일 반복되는 길을 걷지만
이별에 익숙한 나를 향해
하늘은 거꾸로 매달려서 흐르고
그에게 매달려가는 구름
점점 아득해지는 거리
-전문(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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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가끔 부재중입니다』에서/ 2024. 8. 3. <시작> 펴냄
* 황길엽/ 1991년 『한국시』 로 등단, 시집『도회에서 띄우는 편지』『길은 멀지만 닿을 곳이 있다』『가고 없는 사람아』『비문을 읽다』, 『아주 먼, 혹은 까마득한』『무심한 바람이 붉다』 / 부산작가회의 · 부산시인협회 · 화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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