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야 까마귀야 정우영 밤새 큰 눈이 내렸다. 집과 길, 여기와 저기의 분별을 지웠다. 풍경들은 다만 새하얗고 펑퍼짐한 경계선을 그릴 뿐, 그 무엇도 딴소리를 내지 않는다. 말라비틀어진 장미도 얽혀 있는 전깃줄도 추위에 떨던 허기도 다 단란하게 가라앉아 고요라는 한 음절로 차분하다. 날카로운 작설雀舌조차 착실하게 평화롭고, 그러니 까마귀야, 철없는 바람아. 네 눈과 귀가 함께 보고 들은 풍문*은 정녕코 묻어놓아라. 천연天緣을 앓다 어느 날 갑자기 우두둑, 지구가 통째로 뒤집힌다고 해도. -전문- * 최근 3년 동안의 풍문 아닌 풍문을 살짝 털어놓을까. 2021년에는 중동 지역의 사막에 폭설이 쏟아졌고 독일 라인강은 백년 만에 대홍수를 일으켰으며, 2022년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