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정착/ 김지녀

검지 정숙자 2024. 8. 26. 02:08

<Mexico: ENLA MASMEDULA MAGAZINE 2024. 5. 30./ A poem from Korea Kim, Ji-nyeo>

 

    정착

 

    김지녀

 

 

  노트에 배 안에서 읽은 책의 제목을 적었다

  이것이 기록의 전부다

  노트는 열려 있고

 

  한 달이 지났을 때의 일이다

  이 섬이 나에겐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사하기가 어렵다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해안선이 복잡했다

 

  이 섬으로 들어오는 일은 좋았다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을 간직한

  좁고

  비천한 골목을 내고

  난파 직전의 배처럼 바다에 떠 있는

  섬이

  이미 있었다는 것이, 나를 일렁이게 했으므로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새가 보이지 않아서

  음악과 같았다

 

  한 달이 넘도록 책의 제목만 적힌 노트에 섬, 이라고 적었다

  조금 일그러진 모양으로 섬이 커졌다

  길어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섬은 무한한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노트에 줄 하나가 그어졌다

  

  한 달이 지났을 때

  창문의 테두리 하나를 나는 완성했다

     -전문(p. 108-109)

 

  * 블로그: 외국어 대역본은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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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학연구소』 2024-가을(15)호 <지구촌 시단Ⅱ/ 국내 시인 외국 지면 게재>에서 

 * 김지녀/ 경기 양평 출생, 2012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소의 감정』『양들의 사회학』『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