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김자흔
나는 뒤가 마려운 고양이
그래도 힘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새들의 수다처럼 노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고
놀다가 지치면 가면무도회를 연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
고양이는 무도회 가면 하나씩을 받아 들고
전봇대 아래로 모여든다
입체적인 자세로
입체적인 모의를 한다
가면 푹 눌러쓰고
조용히 복수의 칼날을 벼린다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
-전문-
해설> 한 문장: 동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도 겉보기와 달리 여전히 시간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놀랍게도 만화영화 같은 장면을 가장한 이 시 배경은 "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보름달은 '꽉 찬 시간'의 상징이다. 그 가장 충만한 시간에 가면을 쓰고 "조용히 복수의 칼날을 벼"리는 고양이들은 도대체 무엇에 저항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권태이다. 그들이 가면무도회를 여는 시간은 "중요한 일도 없고/ 놀다가 지"칠 때이다. 그들은 권태를 견디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변별적 자질은 항상 "입체적인 자세"로 나타난다. 이들은 시간의 평면적 전개를 견디지 못하는, 권태의 가장 위태로운 적들이다. 시인은 이런 존재들을 배열함으로써 시간성의 축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가 관념의 사막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다. 그런 권태야말로 견딜 수 없는 죽음의 풍경이다. 현존재는 시간성과 만나 다양한 주름을 만들면서 "입체적인" 현존재의 풍경을 그린다. 시간성에 저항하는 상상 혹은 상징조차도 그런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 그것은 평면적 시간성, 관념적 시간성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p. 시 66/ 론 117-118 ) <오민석/ 문학평론가 · 단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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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 고양이는 왜 입체적인가』에서/ 2024. 7. 29. <문학의전당> 펴냄
* 김자흔/ 충남 공주 출생, 2004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고장 난 꿈』
『피어라 모든 시냥』『하염없이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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