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가시와의 이별/ 양재승

검지 정숙자 2024. 8. 13. 01:00

<2023, 딩아돌하 신인상 수상작> 中

 

    가시와의 이별

 

    양재승

 

 

  목구멍에 가시가 걸렸다 가시는 벽에 박힌 못처럼 빠지지 않는다 숨을 쉴 때도 가시가 느껴지고 물을 마실 때도 가시에 물의 뼈가 걸리는 것만 같다

 

  가시는 고통의 옷걸이

  가시는 아예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시간이 갈수록 밑동이 굵어지는 것만 같다

  아무리 잘게 씹은 밥알을 삼켜도 가시 뿌리에 걸려

  밥알에서 자갈 부딪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고 흐물흐물 데친 푸성귀는 옷가지인 양 턱 걸리는 것 같다 손가락을 오그려 뽑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핀셋으로 빼려 해도 보이지 않는 가시는

 

  생선에 꽂힌 꼬챙이처럼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어쩌면 나는 미늘에 걸린 고기인지도 몰라

  허공에 투명한 줄이 있어 저 하늘 위에서 누군가 그 줄을 순간 잡아챈다면

  버둥거리는 물고기처럼 나는 허공에 붕 떠올려지고

  이별의 말을 나눌 틈도 없이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쓩

  날아오를지도 몰라

  

  그러다 허공 너머의 낯선 세계에 툭 떨어져

  잡힌 물고기처럼 눈을 껌벅거리며

  어쩔 줄 몰라서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저곳에서 문득 이 세계로 낚여져

  아가미나 허파가 아닌 다른 호흡 기관을 가져야 해서

  당신을 만난 것인지도 몰라

 

  당신은 내 목 안의 가시를 빼주었지

  그건 마치 저 별에서 이 별로 갈아탄 느낌

 

  이 별에서는 이별마저도 달콤할 거야 

  이제는 당신으로 숨 쉴 수 있으니

  당신에게 붙잡혔어도 좋아

  

  내 가시를 더 가져가서 가시가 참 많은 당신

      -전문(p. 182-183)

 

   * 심사위원 : 임승빈  박순원  남승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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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3-여름(67)호 <신인상 수상작> 에서

  * 양재승/ 전남 영야암 출생, 2023년『딩아돌하』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