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탕수수밭
김영호
하와이 와이파후 농장
사탕수수나무 잎새 사이
바람소리가 거문고 산조다.
뚝 뚝 수수나무의 무릎뼈를 꺾고
삭신을 부러뜨리는 칼바람
옛 조선농부들의
눈물 머금은 탄식소리가 차다.
인고의 옛 시대 마른 강물처럼 누웠는데
아직도 목을 길게 빼고
고향쪽 뜬구름에 눈길을 주고 서 있는
우리 조상의 몸들 사탕수수나무
둥 둥 조선의 황소울음 우는 북소리에
줄기마다 오장육부를 비틀며
거문고 자진머리로 운다.
-전문(p. 105)
* 작자는 숭실대학교의 영문학 교수로 1990년대 초에 하와이대학에 초빙교수로 와 있었다. 시인으로 시집『당신의 초상』『무심천의 미루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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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년』에서/ 2005. 1. 5. <관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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