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하와이 사탕수수밭/ 김영호

검지 정숙자 2023. 10. 21. 02:48

 

    하와이 사탕수수밭

 

     김영호

 

 

  하와이 와이파후 농장

  사탕수수나무 잎새 사이

  바람소리가 거문고 산조다.

 

  뚝 뚝 수수나무의 무릎뼈를 꺾고

  삭신을 부러뜨리는 칼바람

  옛 조선농부들의

  눈물 머금은 탄식소리가 차다.

 

  인고의 옛 시대 마른 강물처럼 누웠는데

  아직도 목을 길게 빼고

  고향쪽 뜬구름에 눈길을 주고 서 있는

  우리 조상의 몸들     사탕수수나무

 

  둥 둥 조선의 황소울음 우는 북소리에

  줄기마다 오장육부를 비틀며

  거문고 자진머리로 운다.

     -전문(p. 105)

 

  * 작자는 숭실대학교의 영문학 교수로 1990년대 초에 하와이대학에 초빙교수로 와 있었다. 시인으로  시집『당신의 초상』『무심천의 미루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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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에서/ 2005. 1. 5. <관악>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