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하국 무량사운(夏國 無樑寺韻)/ 윤석산(尹錫山)

검지 정숙자 2023. 10. 21. 16:00

 

    하국 무량사운夏國 無樑寺韻

 

     윤석산尹錫山

 

 

  1

  바다가 들어오다가 멈짓

  멈추인 골짜기

  夏國 無樑寺는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2

  들보며 기둥이며 석가래며

  기와장 한 장까지도

  바다를 건너서 이곳에 왔다는.

 

  그리하여 石塔을 싣고서야 비로소

  무사히 큰 바다를 건너올 수 있었던 阿諛他國

  공주, 許黃玉.

  바다는 붉은 바지를 벗은 채, 자색 끈에 묶이어

  梵鍾 은은히 번져지는 언덕 위, 나부끼고 있었다.

 

  3

  문득 코끼리를 탄 파란 눈의 童子僧이라도

  나올 듯

  한 여름 夏國의 無樑寺.

  풍경 소리 마저 멈추인 시간.

  야자수 그늘 아래 소리를 바라보며 잠이 든 觀

  音의

  넉넉한 미소.

 

  이승 저편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 묻고 있는,

  저들의 싱싱한 등 푸른 고뇌.

 

  4

  그러나 天上의 사닥다리 그 아래

  고여 있는 세상의 더러운 웅덩이를 헤집으며,

  소금쟁이들

  자꾸만 빈터로만 쏠리려는, 用心

  견제하고 있었다.

 

  한낮의 푸르른 정적을 깨며,

  깃 넓은 봉새의 그 늠름함이 되어

  태평양 그 深淵 위를 훨훨 가로지르는,

  夏國.

  무량······, 그 無量의 절.

    -전문(p. 113-114)

 

  * 작자는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1990년대말에 하와이대학 한국연구소에 교환수로 와 있었다. 시인으로  시집『견딤에 대하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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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에서/ 2005. 1. 5. <관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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