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하와이 풍경/ 최종고

검지 정숙자 2023. 10. 20. 01:44

 

    하와이 풍경

 

     최종고

 

 

  호놀룰루 국제공항

  '알로하' 꽃목걸이 걸쳐 받고,

 

  서울서 입고 온 겨울 옷

  화장실에서 슬쩍 갈아입고 나면,

 

  몸도 마음도 춥게만 지낸

  한국인이 잠깐 부끄러워진다.

 

  "벗어요 몸과 마음

  온갖 체면과 허식에서,

  그리고 참되게 적나라하게 살아요."

 

  뜨거운 햇살로 비치는 양심의 소리 들으며,

  눈부신 자연풍경 돌아보노라면

 

  미국인지 아시아인지

  폴리네시아인지

  동서의 중간쯤에 부어높은

  잘 익은 햅쌀밥 같은 하와이

 

  온갖 나무들에 꽃과 열매

  새들은 큰 소리로 지저귀고

  시원한 바닷바람

  먼지 한 점 없는 도시

 

  와이키키, 마키키

  어딘지 킥킥 웃음터질 것같은

  정겨운 이름과 얼굴들 속에서

 

  사탕수수밭, 파인애플 농장

  조상들의 피땀어린 역사도 생각하며

 

  우리 홀딱 벗고 부딪치고 가요

  역사는 결국 진실 아닌가요?

  (⟪한국일보⟫ 하와이판 1995년 2월 18일자)

      -전문(p. 101-102)

 

  * 작자(1947~ )는 서울대 법대 교수로서 1997년에 Center for Korean Studies에서 연구한 이후 여러 차례 하와이를 방문하였다. 시집『법 속에서 시 속에서』 『플루메리아 바람개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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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하와이 시심詩心 100』에서/ 2005. 1. 5. <관악>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