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금강의 노래/ 성자현

검지 정숙자 2023. 10. 14. 01:41

 

    금강의 노래

 

     성자현

 

 

  라르고 라르고

  느린 심박으로 흘러가는 강

  마티재를 넘어갈 때 비단강은 안개를 피워 올렸지

  자장가 같은 노랠 내가 부르면 화답하는 강

  불빛도 강물 따라 라르고 라르고 출렁이고

  안개는 어둠까지 지우고 마을을 덮었지

  자동차 바퀴에 닿는 안개는 묘한 소릴 냈지

  바람이 젖어 흘러내리는 소리

  나는 노랠 불렀어. 라르고 라르고

  슬퍼서도 아니고 애가 타서도 아니고

  나무들이 내뱉는 한숨 때문일 거야

  재를 다 넘어갈 수 있을까

  공포와 슬픔이 뒤섞인 노래

  비단강은 그 노랠 싣고 흘러가 버렸는데

  비단강의 노랠 싣고 나도 여기까지 와 버렸네

     -전문(p.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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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목문학회 사화집 『즐거운 곡선에서 배회 중』에서/ 2023. 8. 10. <파란> 펴냄 

  * 성자현/ 2004년 『시와 비평』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