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색시들
영운嶺雲 모윤숙
산호 냄새 풍기는 물나라의 몸이
<알로 하오 노후후 아코니히 힐리>
풀잎 치마 속에서 피리 분다.
열두 별 야자잎새 위에 우쿨라이 타고
얼레 달 이슬밭에 파초 잎새 밀회한다
바람은 외롬 풀어주는 자비스런 리본
눈 감아 쉬는 돌 위에 내 여수도 부드럽다.
네 젊은 허리에 꽃비가 흐른다
감았다 뜨는 눈엔 꽃눈물이 웃는다
몸은 저절로 남국의 왈츠
흘러서 무너지는 즐거움
안고 또 일어나 물결되어 돈다.
밤은 남국에 머물러
그리운 사람들에게 술을 붓고
풀잎에 젖은 몸을 사랑하게 한다
곤하고 수고롭던 지나간 날이.
아가씨야 불붙는 네 가슴에 담겼구나
내 마음 빨아가는 네 눈동자 눈동자
잃어버릴 듯 또 그리운 천국의 노래같이.
안고 몸부림쳐도 그대로 허전해
붙잡아도 달아나는 헛된 사랑에
긴 세월 가지 않는 손끝의 슬픔
저 야자 열매 함께 먹던 사나이는 어디로 갔느뇨.
검은 바람이로다 네 머리카락은
어깨에 젖가슴에 마음대로 마친다
네 설움 빨아먹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이 밤에······
(1949. 12. 23.)
-전문(p. 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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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 『하와이 시심詩心 100년』에서/ 2005. 1. 5. <관악> 펴냄
* 모윤숙(1910-1990, 80세)/ 한국의 저명 여유시인이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을 지냈다. 저서『렌의 애가』(193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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