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하와이 색시들/ 영운(嶺雲) 모윤숙

검지 정숙자 2023. 10. 11. 02:38

 

    하와이 색시들

 

     영운嶺雲 모윤숙

 

 

  산호 냄새 풍기는 물나라의 몸이

  <알로 하오 노후후 아코니히 힐리>

  풀잎 치마 속에서 피리 분다.

 

  열두 별 야자잎새 위에 우쿨라이 타고

  얼레 달 이슬밭에 파초 잎새 밀회한다

  바람은 외롬 풀어주는 자비스런 리본

  눈 감아 쉬는 돌 위에 내 여수도 부드럽다.

 

  네 젊은 허리에 꽃비가 흐른다

  감았다 뜨는 눈엔 꽃눈물이 웃는다

  몸은 저절로 남국의 왈츠

  흘러서 무너지는 즐거움

  안고 또 일어나 물결되어 돈다.

 

  밤은 남국에 머물러

  그리운 사람들에게 술을 붓고

  풀잎에 젖은 몸을 사랑하게 한다

  곤하고 수고롭던 지나간 날이.

 

  아가씨야 불붙는 네 가슴에 담겼구나

  내 마음 빨아가는 네 눈동자 눈동자

  잃어버릴 듯 또 그리운 천국의 노래같이.

 

  안고 몸부림쳐도 그대로 허전해

  붙잡아도 달아나는 헛된 사랑에

  긴 세월 가지 않는 손끝의 슬픔

  저 야자 열매 함께 먹던 사나이는 어디로 갔느뇨.

 

  검은 바람이로다 네 머리카락은

  어깨에 젖가슴에 마음대로 마친다 

  네 설움 빨아먹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이 밤에······

   (1949. 12. 23.) 

                                -전문(p. 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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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 『하와이 시심詩心 100』에서/ 2005. 1. 5. <관악> 펴냄

   * 모윤숙(1910-1990, 80세)/ 한국의 저명 여유시인이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을 지냈다. 저서『렌의 애가』(193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