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할루 붉은 전설
익명씨
열대 폭양 밑 던진 들판엔
겹놓인 기왓장 하나 없다.
우렁찬 군가 날낸 손발대신
병풍을 두른 깎아세운 산위엔 흰구름이 머물고
무덤 속에서도 못잊을 광복을 못이룬 채
한번 총칼을 써보지도 못하고
해산치 않으면 안 됐다
피와 살을 나눈 우리 동지는
얼굴조차 모를지라도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따스한 입김과 다정한 목소리로
귓속에 속삭인다
조국은
남북으로 양단되고 사상으로 분열된 채
많은 무리가 차버렸다
님이시어!
눈물은 속된 것!
우리 지하에서 목놓아 웁시다.
무수한 별이 잇었든 내 별은 하나 뿐이며
쓸개를 물고 기시밭에 쓰러졌어도
우리의 길은 가야만 한다
우리는 내 사랑하는 조국과
함께 사라지리니 님은
이 멍든 가숨 속에 살아있으라.
가할루
끝없는 태평양 외딴 섬에
피땀으로 엮어진 전설이 있다
해바라기 고개 쳐드는 시절이 올 때마다 우리는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전설을 이야기하리라.
(1957. 10. 13)
-전문(p. 59-60)
* 블로그 註: 맞춤법과 띄어쓰기, 원문 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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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한인문학동인회 엮음 『하와이 시심詩心 100년』에서/ 2005. 1. 5. <관악> 펴냄
* 저자: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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