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내로남불/ 박장희

검지 정숙자 2023. 10. 3. 14:04

 

    내로남불

 

     박장희

 

 

  천장을 뚫고 두 개의 모서리 솟아올랐다 날 선 파편의 예각으로 도형에 금이 가고

  부서질 때 나는 그럴 수 있다며 너그럽지만, 상대방은 색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

 

  우리를 밀어 올린 뿌리를 본다 다른 모양 다른 색깔 선분의 길이도 모두 같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의 뿌리

 

  윈쪽의 풍경과 오른쪽의 풍경이 다르고 앞사람과 뒷사람이 다르다 같은 모양 같은 뿌리는 모른 척하며 아시타비我是他非 그 경계의 바깥이란 애당초 없다

 

  내가 천장을 뚫은 것은 예술이지만, 네가 천장을 뚫은 것은 하늘에 대한 불경, 서로 우기다 보면 그 내부 회오리끼리 충돌이다

 

  공중을 나는 새와 땅바닥의 먹이를 쪼는 새 서로 모른 척한다 그 공간에 붙박인 그림자만 모두 같은 방향으로 늘어나는 중

      -전문(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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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목문학회 사화집 『즐거운 곡선에서 배회 중』에서/ 2023. 8. 10. <파란> 펴냄 

  * 박장희/ 1999년『문예사조』로 & 2017년 『시와시학』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폭포에는 신화가 있네』『황금주전자』『그림자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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