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설날
구광렬
역은 모질다 겨울비 내릴 땐 더 그렇다 저수지에서 익사한 성환이, 덤프트럭 타이어에 휘감긴 민호, 도루코로 동맥을 끊은 명수······ 열일곱, 열아홉, 스물, 걔들 셋 죽었을 때 합한 나이보다 더 살고 있는 나 때문도 아니다
뻥 뚫린 역사 위로 눈 올 날 비 내리면, 서로 만나서는 안 될 철로가 반짝이니까, 플랫폼 안에서 비밀보다 더 비밀스런 시치미가 궁리되니까
입석으로 올 때나, 좌석으로 올 때나, 그림자를 두고 내리는 건 마찬가지다 열차 안보다 플랫폼이 더 어둡기 때문이다
-전문(p.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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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목문학회 사화집 『즐거운 곡선에서 배회 중』에서/ 2023. 8. 10. <파란> 펴냄
* 구광렬/ 1986년 멕시코 문예지『EI Punto(마침표)』에 시 「켓찰코아틀(Quechalcoati)」등을 발표하고 등단, 시집 『슬프다 할 뻔 했다』『불맛』외, 소설『반구대』『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외, 산문집『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기타 저서 40여 권, 현)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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