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아버지가 사랑한······/ 최영화

검지 정숙자 2023. 10. 4. 02:43

 

    아버지가 사랑한······

 

     최영화

 

 

  계곡 언덕 위 오솔길

  바람에 낙엽 구르는 소리

  깊이 쌓인 자리 긴 저음

  얕게 쌓인 자리 짧은 고음

  낙엽이 시를 읊고 노래 부르는 소리

 

  작은 소 물 돌아가는 소리

  바람에 달리는 돛단배 낙엽 일렁이는 소리

  윤슬에 반짝이는 얼음 위 깨알 구르는 소리

  송사기 붕어 개구리 물속 숨바꼭질

  시에서 미로 수많은 물방울 소리

  해 달 나무들 시냇물에 음계를 바꿔가며 몸 씻는 소리

  시냇물에 구르는 한시漢詩 낭송 소리

     -전문(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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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목문학회 사화집 『즐거운 곡선에서 배회 중』에서/ 2023. 8. 10. <파란> 펴냄 

  * 최영화/ 2017년 『문예춘추』로 등단, 시집『처용의 수염』『땅에서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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