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나비를 희롱하는 고양이/ 김도은

검지 정숙자 2023. 10. 3. 13:44

 

    나비를 희롱하는 고양이

 

     김도은

 

 

  고양이 고개 돌린다 나비 날아오른다

  그 아래 패랭이꽃, 분홍처럼 웃는다

 

  햇살이 기웃거리는 시간

  고양이 눈빛을 한 여자, 치마에 피어난 패랭이 꽃잎을 딴다

  중절모를 쓴 남자, 모자 아래 하얀 그늘을 감춘다

 

  고양이 나비처럼 날아와 테이블 위 주전자를 민다

  나비는 패랭이꽃 위를 맴돌다 주전자를 당긴다

 

  주전자 속 김이 오르고

  나비, 패랭이꽃에 앉아 고양이를 부른다

  고양이, 나비를 쫓고 나비, 날아간다

 

  어두운 조명이 켜지면

  고양이 눈빛, 나비 향해 멈춰 있고

  날지 않는 나비, 말라 버린 패랭이 위에 앉아 있다

 

  그때,

  나비를 희롱하던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전문(p. 34-35)

 

   * 나비를 희롱하는 고양이: 김홍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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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목문학회 사화집 『즐거운 곡선에서 배회 중』에서/ 2023. 8. 10. <파란> 펴냄 

  * 김도은/ 2015년 웹진『시인광장』을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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