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흰 바람벽에* 갈매기는 하얗게 잠들었는데/ 문화빈

검지 정숙자 2023. 8. 17. 17:27

 

    흰 바람벽에* 갈매기는 하얗게 잠들었는데

 

    문화빈

 

 

  입술 사이에 빵을 물고 허리에 돌담길을 매단다

  물질 1회에 빵 0.1㎏

  물옷의 숨이 닳아

  보푸라기를 보풀보풀 일으키며

  바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미역을 베고

  파도 속에 그려진 길 끝의 전복을 따

  삐걱거리는 문틈으로 풀쑥 나온다

 

  흰 바람벽에 갈매기는 하얗게 잠들었는데

  싫어하는 바람이 휘휘

  파도를 헐떡거리게 한다

 

  물옷들이 하나둘씩 솝뜨고

  찢긴 숨조각들이

  뱃머리에 부딪힌다

 

  다리 위의 중처럼 물새는 멈춰

  끼룩끼룩 말을 한다

 

  산다는 것은

  후광을 그럴듯하게 쓰고

  종신 계약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거야

     -전문(p. 66-67)

 

    *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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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문화빈(본명: 문정숙)/ 202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파이(π) 3.14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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