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 일기
윤명규
숨 밭은 해안가에
부서진 목선의 어깻죽지가
죽은 사람의 혼을 건져내려는 듯
너울너울 굿춤을 추고 있다
방파제 사이로 북받치는 울음이
분화구 솟구치듯 툭툭 터져오르다가
심란해 돌아앉는
테트라포드의 빰을 후려치다가
지친 듯 섬들은 입을 닫고 있다
조개 울음이 박혀 있는
노송의 등딱지 같은 갯자락에서
비틀거리는 생을 캐고 사는 사람
개펄들의 가느다란 숨줄은 붙어 있을까
게 구멍마다 휘파람 소리
한숨처럼 쓸어내리고 있다
검게 그을린 어부의 혈관 속에는
아직 팽팽한 긴장이
어구의 밧줄을 당기고 있는데
비릿한 유전자까지 거부하는 듯
통발에 든 외눈박이 숭어들
어디 갔을까
파도의 검푸른 힘줄을 튕겨내던
상괭이의 펄떡거리던 웃음소리
아침 문득
하얗게 붕대 감은 바다의 얼굴이
절뚝절뚝 목발로 다가온다
-전문(p.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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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윤명규/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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