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세한도 가는 길/ 유안진

검지 정숙자 2023. 8. 19. 01:19

<1998, 제10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세한도 가는 길

 

     유안진

 

 

  서리 덮인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伍十嶺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天命이 일러주는 세한행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라신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전문(p.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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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유안진/ 1965~1967년 3회 추천 완료되어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달하』『누이『봄비 한 주머니』『다보탑을 줍다』『거짓말로 참말하기』『알고(考)』『둥근 세모꼴』『걸어서 에덴까지』등, 산문집『지란지교를 꿈꾸며』『축복을 웃도는 것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