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어부 일기/ 윤명규

검지 정숙자 2023. 8. 19. 02:08

 

    어부 일기

 

     윤명규

 

 

  숨 밭은 해안가에

  부서진 목선의 어깻죽지가

  죽은 사람의 혼을 건져내려는 듯

  너울너울 굿춤을 추고 있다

 

  방파제 사이로 북받치는 울음이

  분화구 솟구치듯 툭툭 터져오르다가

  심란해 돌아앉는

  테트라포드의 빰을 후려치다가

  

  지친 듯 섬들은 입을 닫고 있다

 

  조개 울음이 박혀 있는

  노송의 등딱지 같은 갯자락에서

  비틀거리는 생을 캐고 사는 사람

 

  개펄들의 가느다란 숨줄은 붙어 있을까

  게 구멍마다 휘파람 소리

  한숨처럼 쓸어내리고 있다

 

  검게 그을린 어부의 혈관 속에는

  아직 팽팽한 긴장이

  어구의 밧줄을 당기고 있는데

 

  비릿한 유전자까지 거부하는 듯

  통발에 든 외눈박이 숭어들

 

  어디 갔을까

  파도의 검푸른 힘줄을 튕겨내던

  상괭이의 펄떡거리던 웃음소리

 

  아침 문득

 

  하얗게 붕대 감은 바다의 얼굴이

  절뚝절뚝 목발로 다가온다

     -전문(p. 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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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윤명규/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