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은 늙지 않는다
박지영
어느 나라든 역은 붐빈다
이른 아침 룩셈부르크 역 앞
갓 구운 빵과 커피를 앞에 두고 카페에 앉아 있는데
창밖에서 한 노인이 안을 들여다본다
이쪽과 저쪽의 세상은 어디에서든 있다
아니 도처에 있다
어린애가 가게 앞에 달라붙어 있듯
노인은 계속 빵을 들여다보고 있다
노숙을 하고 막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머리가 삐죽 솟아 있다
빵에 눈이 꽂혀 있다
간절한 눈빛에 이끌려 동전 몇 개 쥐어 주었다
노인의 얼굴에 환하게 켜졌다
빵이 아니라
따뜻한 커피를 사들고 간다
손을 흔들며
뭐라 뭐라 하면서
-전문, 시집『간절함은 늙지 않는다』(시인동네. 2022)
▣ Little Magazine시가마 선정 좋은 시_신영조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 슬슬 옆구리를 긁적이며 바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간절함'은 '절절함'의 다른 이름이다. '눈물'을 간절하게 빚어보면 '찬란'이 된다. ▩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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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ttle Magazine 『시 가꾸는 마을 』 2022-여름(35)호 <시가마 선정 좋은 시> 에서
* 신영조/ 1992년『심상』으로 등단, 시집『검은 맛』『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순간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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