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이 흐느끼던 날 박장희 부리를 가슴에 묻고 외다리로 밤을 지새운 난 짓무른 눈으로 사소한 불일치에도 생각을 덧질한다 가벼워진 뼛속 공중에 뻗은 나뭇가지, 어둠의 모서리 긴꼬리에 회색빛 낮은음자리표로 앉는다 적막은 깃털만큼 겹겹이다 나의 부리와 꽁지는 점점 여위어 녹을 줄 모르는 얼음 위에 싸늘히 붙고, 침믁으로 깊어지던 악보는 높은음 쓸쓸한 박자로 깃털마다 스며들고, 훤한 햇살 아래지만 온통 검회색이다 적막은 찢을 수도 칼로 도려낼 수도 불로 녹일 수도 없는, 날개가 있어도 비상할 수 없고 허공이 있어도 자유가 없다 핑크 난 풍선 찢어지고 무너져 내린다 목 뜯기고 뽑힌 깃털 푸르죽죽 울긋불긋, 목 안에서 모래바람 회오리친다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고 어떤 풍경도 바라볼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