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벌레들 황유원 불을 켜자마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벌레들이 있습니다 자, 한번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이 담겨 있던 어둠은 얼마나 아늑하고 그윽한 것이었겠습니까?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벌레들을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아 사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하며 자, 한번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은 얼마나 천천히 얼마나 우아하게 이 욕실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겠습니까? 그 바닥에 자신들을 해할 것은 아무래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안도하며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을 거라 이 말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당신이 불을 켜자마자 갑자기 없던 혼이라도 생겼다 빠져나간 듯 그렇게 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