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유응오_ '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발췌)/ 못가에 홀로 앉아 : 혜심 선사

검지 정숙자 2019. 11. 22. 15:31

 

 

    못가에 홀로 앉아

 

    혜심 선사

 

 

  池邊獨自座 地底偶逢僧

  默默笑相視 知君語不應

 

  못가에 홀로 앉아 물 밑의 그대를 우연히 만나

  묵묵히 웃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 그대를 안다고 말하지 않네.

   -전문-

 

 

  ▶ '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두 갈래 길'(발췌)_ 유응오/ 소설가

  진각 혜심 스님은 연못가에 홀로 앉았다가 물비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그런데 스님은 수면에 비친 자신에게 그저 묵묵히 웃을 뿐이다. 서산 스님이 자신의 초상화에 부친 영찬과 마찬가지로 진각 혜심 스님도 주객主客이라는 양변을 여의고 불이不二의 경계에 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하는 궁극적인 물음에 대해 가장 명확한 해답을 주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은 마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거울 밖의 자신이 바라보면서 '너는 누군인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이 거울은 안과 밖의 경계가 따로 있지 않은 것이다. 우주 만물의 형상은 그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분별심을 갖지 않는다면 나도 없고 너도 없는 경계에 들 것이다.(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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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와문학』2019-가을호 <승려 시인 신작시/ 작품론> 中

  * 유응오/ 《불교신문》《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장편소설『하루코의 봄』, 영화평론『영화, 불교와 만다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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