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동굴/ 김은우

검지 정숙자 2019. 11. 22. 15:42

 

 

    동굴

 

    김은우

 

 

바닥에서부터 어둠을 끌어올리는 천장엔 낯선 문자가 새겨져 있지 여보세요 외치면 되돌아오는 말들이 천장과 벽에 차곡차곡 쌓이는 동굴은 뭔가를 감추기 적당한 공간 서로 날개를 부딪치며 날아다니는 박쥐가 숨바꼭질을 핑계로 숨어있지 희미하게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길고 둥근 무덤 같은 그곳에서 우리도 비밀을 묻고 젖은 마음을 말리며 나란히 밤을 보내지 않을래? 조개껍질처럼 입술을 꾹 다문 채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고립된 세계가 좋아 소풍 나온 기분으로 입술이 다 닳도록 시시콜콜한 이야기 혹은 따뜻한 위로의 말을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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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문학』2019-가을호 <시>에서

* 김은우/ 1999년『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바람도서관』『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