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양말
한보경
짙은 살 냄새를 베고 누웠다
남루해진 동서남북이 구겨진 장면을 풀어내린다
그윽한 것,
무심히 벼려놓은 의외의 시선 같은 것,
그늘진 변방의 무릎에 기대어 혼곤히 잠든,
허락된 한 쌍의 평화는 비로소 서로를 마주하고 누웠다
지나온 여정은 너무 길었고
구겨진 무례함은
가장 낮은 걸음이 얻어낸 쪽잠 같은 덤, 어쩌다
너무 흔한 꽃의 축사 같은 것
얼마나 남았을까
시든 풀잎처럼 숨 고를 수 있는 시간은
헐렁해진 심장이 마지막 출정을 떠나는
지금은, 아득한 변방
가장 낮은 자세는 아직도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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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문학』2019-가을호 <시>에서
* 한보경/ 2009년『불교문예』로 등단, 시집『여기가 거기였을 때』『덤,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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