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시계/ 김남조

검지 정숙자 2023. 9. 9. 00:48

<2017, 제29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시계

 

    김남조

 

 

  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에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 판 웃었다

  그럴테지 그럴테지

  그대는 속문 중의 속물이니

  그쯤이 정답일 테지···

  시계는 쉬지 않고 저만치 가 있었다

     -전문(p. 17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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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35회 지용제 사화집 『어머니 범종소리』/ 2022. 9. 14. <옥천군· 옥천문화원· 지용회> 펴냄 (비매품) 

  * 김남조/ 경북 대구 출생,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숙」「잔상」으로 등단, 첫 시집『목숨』(1953)을 출판하면서 본격적인 활동 시작, 시집『나무와 바람』『정념의 기(旗)『영혼과 빵』『김남조 시집』『사랑의 초서』『동행』『너를 위하여』『저무는 날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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